`운칠기삼` 디오픈?…첫날부터 이변 속출

22개 퍼트 기록한 키스너…5언더 치며 깜짝 단독선두
1오버 공동 50위 머문 스피스…마지막 4개 홀에서 4타 잃어
US오픈 2연패 이룬 켑카는 전반 비해 후반에 10타 줄여

기사입력 : 2018.07.20 17:14:02   기사수정 : 2018.07.20 17: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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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출발한 12개 그룹에서 언더파를 친 선수가 11명이나 나왔다. 디오픈이 열리는 10개 코스 중 가장 어렵다는 커누스티의 명성에 살짝 금이 가는 듯했다. 그들 중 케빈 키스너(미국)는 5언더파 66타를 치면서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44개 그룹 선수가 경기를 끝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누구도 키스너가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12개 그룹에서는 언더파 선수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첫 조가 티샷을 하고 마지막 조 마지막 선수가 퍼팅을 끝낼 때까지 884분 동안 키스너를 넘은 선수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전반과 후반 코스 컨디션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1·7402야드)에서 열린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첫날 이변이 속출했다.

바람이 거의 없는 청명한 날씨 때문에 예상외로 좋은 스코어가 쏟아졌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린이 빨라지고 바람 세기도 다소 세져 후반에 출발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언더파를 친 선수는 선두 키스너를 포함해 31명이나 됐다. 2007년 커누스티에서 열린 대회 때 첫날 24명이 언더파를 친 것에 비해서도 꽤 많은 숫자다. 1999년 열린 커누스티 대회에서는 단 한 명도 언더파를 치지 못했다.

페어웨이가 단단해 엄청 구를 것이라는 예상은 첫날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로도 입증됐다. 첫날 평균 350야드 이상을 친 선수가 무려 15명이나 됐다. 길이가 똑같은 아이언을 사용해 `필드의 괴짜`로 통하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평균 379야드를 날려 이날만큼은 최장타자가 됐다.

공동 2위 그룹인 토니 피나우(미국)와 에릭 반 루옌, 잰더 롬바드(이상 남아프리카공화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선두에 나선 키스너의 이날 퍼팅 수도 `이변의 디오픈`을 입증한다. 이날 키스너가 18홀을 돌면서 그린 위에서 퍼터를 쓴 횟수는 22차례에 불과했다. 이날 파5의 6번홀에서 12m짜리 `1퍼트 이글 퍼팅`을 성공한 것을 비롯해 `신기의 퍼팅감`을 선보였다.

지난 6월 US오픈에서 2연패에 성공한 브룩스 켑카(미국)의 전후반 성적도 이날의 `이변`을 여실히 증명한다. 켑카는 전반 9홀에서 41타를 쳤다.

특히 8번홀(파3) 더블보기는 이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됐다. 그린 옆 항아리 벙커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 켑카는 벙커 밖에서 무릎을 꿇고 샷을 해야 했다. 공은 벙커 밖으로 나오는 듯하다가 경사를 타고 다시 벙커로 굴러 들어갔다. 이번에는 온전한 벙커샷을 했지만 공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세 번의 벙커샷 끝에 `4온 1퍼트`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전반에만 5타를 잃은 켑카는 하지만 1오버파 72타(공동 50위)로 첫날을 마감했다. 후반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는 폭풍샷을 날린 덕이다. 전반 41타(파36)보다 무려 10타 적은 31타(파35)를 친 것이다.

켑카가 지옥에서 천당을 경험했다면 지난 대회 챔피언 조던 스피스(미국)는 반대로 천당에 있다가 지옥의 나락을 맛본 케이스다. 어렵다고 소문난 마지막 4개 홀을 앞두고 스피스는 3언더파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4개 홀에서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를 범하면서 4타를 잃었다. 그의 스코어 역시 켑카와 같은 1오버파 72타였다. 4대 메이저대회 중 실력보다는 운에 가장 많이 좌우된다고 평가받는 `디오픈` 첫날 스코어는 그렇게 요동쳤다.

이날 선수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한 홀은 예상외로 파3의 16번홀이었다. 이 홀 평균 타수는 3.462타로 가장 어렵게 플레이됐다. 버디는 단 4개밖에 나오지 않았고 의외로 보기가 많이 나왔다. 그래도 가장 치명적인 스코어는 11년 전 장 방 드 벨드(프랑스)가 3타를 잃고 우승컵을 날려버린 18번홀(파4)에서 많이 나왔다. 더블보기 이상 스코어가 무려 13개나 쏟아졌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강성훈(31)이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 69타를 기록해 공동 8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공동 8위에는 강성훈 외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욘 람(스페인), 저스틴 토머스, 잭 존슨(이상 미국) 등 세계적인 톱랭커가 다수 포진했다.

2008년 US오픈 이후 10년 만에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버디 3개, 보기 3개를 맞바꾸며 이븐파 71타로 김시우(23) 등과 함께 공동 32위를 기록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우승 후보 1순위로 평가받았던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버디 1개, 보기 3개, 트리플보기 1개로 5오버파 76타를 치며 공동 129위에 머물렀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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