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랑거`가 지배하는 PGA 챔피언스 투어

상금왕 8차례·33승 기록…올해도 장타 3위·상금 1위
"퍼팅 룰 위반" 비판 극복과 상금 2위 매캐런 따돌리고 9번째 상금왕 오를지 관심

기사입력 : 2017.09.13 17:13:35   기사수정 : 2017.09.13 17: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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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링스 챔피언십 17일부터 캐나다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시니어) 투어의 최고 무기는 바로 `(젊은) 나이`다. 만 50세 이상 선수에게만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젊을수록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드라이버샷 거리에서나 집중력 싸움에서 `젊음`만큼 뛰어난 무기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니어 투어에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선수가 있다.

지난달 만 60세가 된 베른하르트 랑거(독일)가 그 주인공이다. 챔피언스 투어는 `랑거 천하`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시니어 투어 풀타임 출전을 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단 한 해만 거르고 여덟 차례나 상금왕을 차지할 정도로 `장기집권`하고 있다. 올해도 랑거는 총 259만4635달러를 벌어 상금 선두를 달리고 있다.

랑거는 최근 2개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사이 상금 2위(226만7585달러) 스콧 매캐런(미국·52)이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매캐런은 랑거가 쉰 2개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한 번씩 했다. 인구 8만명의 작은 도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시는 그래서 더 뜨겁다.

17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빅토리아시 인근 베어마운틴 리조트에서 벌어질 퍼시픽링스 베어마운틴 챔피언십에 두 선수가 나란히 출전해 모처럼 `맞짱`을 뜨기 때문이다.

랑거가 시니어 투어에서 쌓은 금자탑은 너무 빛이 나서 눈을 제대로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다. 일단 컷오프를 당해 본 적이 없다. 비록 컷오프 없는 대회가 많지만 그래도 203번 출전해 단 한 번도 컷오프가 없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꾸준한 기량을 보여왔는지를 알게 한다. 10년간 벌어 놓은 상금만도 2351만6626달러에 달한다. 총 33승을 거뒀고 2위 27차례, 3위도 22번 기록했다. 1~3위를 한 게 모두 82회다. 확률로 따지면 40%에 달한다.

이제 열 살 어린 동생들까지 출전하지만 그는 그들 사이에서 아직도 280.4야드(드라이버샷 거리 랭킹 25위)의 장타를 날린다. 그린적중률은 80.30%로 단연 1위이고 그린을 놓쳤을 때 파 이상을 기록하는 스크램블링 부문에서도 3위(69.23%)로 아주 뛰어나다. 평균타수도 68.17타로 1위다.

다른 능력이 아무리 훌륭해도 랑거를 얘기할 때 퍼팅을 빼놓을 수 없다.

19년 전 `41세 랑거`는 퍼팅 입스(yips·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퍼팅 그립, 저 퍼팅 그립 안 바꿔 본 게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롱퍼터를 쓰면서 퍼팅 입스에서 벗어났고 시니어 투어로 무대를 옮기고 나서는 `챔피언스 투어의 우즈`로 군림하고 있다. 랑거에게 롱퍼터는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에게 몇 년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2016년부터 몸에 기대는 `고정식 퍼팅 방식(앵커드 스타일)`을 하지 못하게 골프 규칙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 규칙이 시행되면서 랑거는 15개 퍼터를 가지고 네 가지 서로 다른 퍼팅 스타일로 연습하면서 롱퍼터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랑거는 끝내 롱퍼터를 버리지 못했다. 대신 몸에 대지만 않는다면 롱퍼터를 써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롱퍼터를 쓰면서 다시 `퍼팅귀신`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최근 그의 퍼팅 방식에 딴지를 거는 이가 점점 늘고 있다. 알게 모르게 랑거가 `앵커링`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PGA 선수 출신 해설자 브랜들 챔블리는 지난 6월 중계 카메라에 잡혔던 US 시니어오픈 때 랑거의 퍼트 모습을 보고 "명백한 룰 위반"이라고 했고, 우즈의 스윙코치였던 행크 헤이니도 랑거의 퍼트 장면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고는 "이래도 룰 위반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랑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정신적으로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랑거는 올해 홀당 퍼팅 수에서도 1.700타로 2위에 올라 있다.

[빅토리아(캐나다) =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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