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면전서 `Korea Great`…한국 女골퍼의 기개

우승상금 10억원 `잭팟`…상위 10명 중 한국선수 8명
미국 선수는 `톱10`에 없어

기사입력 : 2017.07.17 17:22:55   기사수정 : 2017.07.17 19: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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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펑산산 제치고 US여자오픈 역전 우승

17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최종일 경기가 펼쳐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회 2라운드부터 사흘째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이 골프장 15번홀 그린 옆에 위치한 전용 관람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물론 트레이드마크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적힌 붉은색 모자는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미국을 가장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이날 LPGA 최고 대회인 US여자오픈 리더보드 톱10에서는 `위대한` 미국 선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8개의 태극기가 들어찼다.

`중국 에이스` 펑산산이 선두, 그리고 한국 선수 6명이 맹추격을 예고하며 시작된 대회 최종일 4라운드. 우승 경쟁은 박성현(23·KEB하나은행)과 `국가대표 아마추어` 최혜진(18·학산여고), 펑산산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그리고 우승 경쟁의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15번홀 그린에서 펼쳐졌다.

기선 제압은 박성현의 몫이었다. 박성현이 친 7m짜리 버디 퍼팅은 그대로 홀 속으로 사라졌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이어 바로 뒷조에서 경기한 최혜진 역시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박성현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최혜진은 16번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2타를 잃고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고, 박성현은 이날 단 4개밖에 버디가 나오지 않은 가장 어려운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달아난 뒤 18번홀에서 까다로운 어프로치샷으로 파를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펑산산은 끝까지 역전을 노렸지만 18번홀에서 통한의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오히려 순위가 추락했다.

박성현은 우승을 확정한 뒤 "엄마가 항상 함께 다니면서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그런 모습들이 겹쳐지며 엄마를 안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항상 어머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전용 스탠드`는 15번홀 그린과 16번홀 티박스, 그리고 우승자가 확정되는 18번홀 그린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명당이다. 하지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그의 바람과는 달리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막판 자신의 눈앞에서 한국 선수들의 모습만 봐야 했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이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 갈 때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우승을 축하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박성현의 US여자오픈 우승을 축하한다"고 적었다.

역대 최초로 대통령이 사흘간 방문한 US여자오픈. 한국 여자골퍼들은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박성현이 우승을 차지했고, 2위는 여고생 골퍼 최혜진이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허미정과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이 공동 3위, `KLPGA 대상포인트 선두` 이정은이 공동 5위, 김세영·이미림·양희영이 공동 8위에 올랐다. 선두에 오른 10명 중 8명이 한국 선수. 나머지 두 자리는 공동 5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펑산산의 몫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응원했던 `위대한` 미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은 마리나 알렉스로 공동 11위에 그쳤다.

박성현의 우승으로 한국 여자골퍼들은 US여자오픈에서 아홉 번째 우승을 만들었다. 또 한국 여자골퍼들은 올 시즌 열린 19개 대회 중 9승을 합작했다.

이날 경기는 `국가 간 신경전`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최근 `북핵` 문제로 한국과 중국, 미국 사이에 묘한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엔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열린 `미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펑산산이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노렸고 한국 선수들은 맹추격을 펼쳤다. 미국 선수들은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최종일 현장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펼쳐진 중국과 한국의 우승 경쟁은 한국 선수들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한국 골프팬들에겐 사이다 같은 통쾌한 승리지만 본의 아니게 `코리안 여자오픈`의 주최자가 된 트럼프 대통령과 2주 연속 한국 선수에게 패한 펑산산의 소식을 들은 시 주석에겐 유쾌하지 않은 장면이 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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