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거리 너무 늘어 문제?…황당한 `골프공 성능 제한`

작년 선수들 10년새 최고 늘어…USGA·R&A "조치 취할 시점"
영국男 평균 거리는 208야드…장타가 꿈인 주말골퍼에게는 더 거리 성능 좋은 볼 나와야

기사입력 : 2018.03.08 17:06:06   기사수정 : 2018.03.08 20: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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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장타자로 잘 알려진 박성현. [사진 제공 = LG전자]
장타를 치지 못하도록 `골프공 반발력`을 제한한다면? 몇 야드라도 더 보내기 위해 눈총을 받을 각오까지 하면서 `비공인 드라이버`를 잡는 주말골퍼들에게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 미국골프협회(USGA)와 R&A가 합동 연례 비거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골프공 반발력 제한`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어떤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그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USGA와 R&A가 발표한 7대 프로골프투어 선수 장타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1년 사이에 최근 10년 중 가장 드라이브샷 거리가 크게 늘었다. 웹닷컴투어 선수 평균 거리는 1년 사이 무려 6.9야드 증가해 302.9야드에 이르렀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역시 1년 동안 2야드 늘었다. 유럽프로골프투어 선수들은 평균 3.6야드 더 멀리 쳤고 일본투어는 5.9야드 늘어났다.

이 수치를 근거로 마이크 데이비스 USGA 사무총장은 "선수들의 드라이브샷 거리 증대는 골프장 전장 확대를 강요하고 이는 골프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분명 나쁜 방향"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지금도 비공인 골프공은 존재한다. 무게와 크기에 제한을 둬 무한한 거리 향상을 막고 있다. 여기에다 앞으로는 반발력 성능까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선수들은 최근 몇 년 새 막강해진 장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이버 성능이 향상되고 피트니스와 체력 훈련을 통해 선수들 몸이 더 강해지면서 획기적인 거리 증대 효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선수들 얘기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영국 남자 아마추어 골퍼들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08야드였다. 21년 동안 8야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자 골퍼 평균은 2013년에서 2017년 사이 146야드에 불과했다. 아직도 파4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한 뒤 우드나 하이브리드를 잡아야 겨우 그린에 공을 올리는 주말골퍼가 적지 않다. USGA와 R&A 관계자들은 주말골퍼가 샷거리를 조금 늘려보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쓰는지 전혀 모르는 듯하다.

USGA가 US오픈 코스를 어떻게 하면 더 어렵게 세팅해볼까에만 신경 쓰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는 최고 선수들의 난처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가학성 취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골프공 성능을 제한할 게 아니라 아예 드라이버 사용 횟수를 줄이는 골프 룰을 만드는 건 어떤지 제안해본다. US오픈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는 18홀에 두 번만 쓰게 하고, 일반 토너먼트에서는 아량을 둬 다섯 차례 정도 쓰게 해주는 식의 룰 말이다.

물론 골프공 성능 제한 룰이 만들어지면 공식 대회 때만 적용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 아마추어는 써도 무방하다고도 발표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못 쓰게 하면 골프용품 업계는 골프공 기술 발전에 나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 또 아무래도 아마추어는 괜한 눈총을 받으며 `비공인 골프공`을 쓸 수밖에 없다.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볼 성능에 제한을 두자는 주장의 열혈 `지지파` 중 한 명이다. 니클라우스는 역사상 최고의 골퍼다. 하지만 주말골퍼 입장에서 그는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대표적인 선수일 수도 있다. 그에게 골프를 잘 치기 위한 조언을 부탁했을 때마다 돌아오는 답이 있다. "실력에 맞게 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명 코스 설계가이기도 한 니클라우스의 코스는 결코 쉬운 곳이 없다. 자신이 직접 설계하는 코스는 어렵게 만든다. 영어 표현을 쓰자면 참 `아이러니`이고 참 `난센스`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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