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빠졌던 비틀스 노래처럼…`부러진 날개`로 날다

올시즌 LPGA 처음으로 3승…상금 4위 세계랭킹 9위로 톱10 4번 중 우승이 3차례
4주 연속 우승한 한국선수 올 벌써 12승… 최다승 기대

기사입력 : 2017.08.07 17:09:34   기사수정 : 2017.08.07 21:16:4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김인경 `30㎝ 퍼팅 악몽` 떨치고 브리티시女오픈 우승

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종일 4라운드. 김인경(29·한화)은 6타나 앞서 경기를 펼친 덕에 이날 1타밖에 줄이지 못했지만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나흘 내내 희비 없이 덤덤한 표정으로 경기를 펼쳤던 김인경도 2위에게 2타 차 앞선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가자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파퍼팅을 툭 쳐 넣은 뒤에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트로피를 건네받은 김인경은 크게 점프하며 `생애 첫 메이저 퀸`의 순간을 만끽했다.

어느 누구보다 행복해한 이유가 있다.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2년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일 18번홀 그린. 김인경이 친 30㎝ 챔피언 퍼팅이 홀을 돌아 나왔다. 한 손으로 입을 가린 김인경도,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골프팬도 모두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결국 연장전으로 끌려 들어간 김인경은 유선영에게 패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기회를 날렸다.

이후 김인경에게는 `30㎝ 퍼팅 악몽` `비운의 골퍼`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외신들은 `골퍼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후 악몽에 시달릴 만큼 30㎝ 퍼팅 실패는 컸다. 우울증과 짧은 퍼팅 입스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김인경은 명상과 수련을 하며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리고 골프에만 매달리기보다 다양한 언어를 공부하고 독서를 하며 철학, 사상, 심리 분야까지 섭렵했다.

이렇게 마음을 비우자 그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 찾아왔다. 생애 첫 시즌 다승에 이어 그렇게 쫓았지만 잡지 못했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당연히 우승 뒤 많은 기자들이 "2012년의 부담감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인경은 "퍼팅을 놓친 게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아니라고 받아들인다"며 "지금은 숏퍼팅을 넣으면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 안 한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업그레이드된 김인경`은 LPGA 투어 11년 차가 된 올해 골프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 시즌 3승으로 `다승` 1위다. 또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받은 50만4821달러(약 5억6898만원)를 포함해 시즌 상금 108만5893달러(약 12억2391만원)로 4위에 올라섰고 `올해의 선수` 순위에서도 122점으로 유소연(150점)에 이어 2위로 수직상승했다. CME글로브 포인트도 1937점으로 5위다. 물론 세계랭킹도 9위로 오르며 2014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세계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김인경의 기록에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김인경은 올 시즌 컷 탈락도 4차례나 당했고 톱10에는 단 4차례밖에 들지 못했다. 그런데 그 톱10 4차례 중 3차례가 우승이다. 기회를 잡으면 절대 놓지 않는 `스나이퍼 본능`이다. 특히 앞서 열린 3차례 메이저 대회에서는 공동 27위 한 번에 두 개 대회는 컷 탈락을 할 정도로 부진했다. 하지만 네 번째 도전에서 우승을 맛봤다.

볼마커에도 `비틀스`를 새길 정도로 팬인 김인경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1968년 앨범 수록곡인 `블랙 버드(Blackbird)`. 노래 가사에는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요` `평생 자유로워질 순간만을 기다려 왔어요`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5년 전 최악의 순간을 경험한 김인경. 하지만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웠고 마침내 메이저 트로피를 들었다.

김인경의 우승으로 한국 여자골퍼는 새로운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먼저 `4주 연속 우승`이다. 지금까지 4개 대회 연속 우승은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휴식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4주 연속`으로 한국 선수 챔피언이 탄생했다.

또 한국 선수 시즌 12승 합작으로 승률 55%를 만들었고 2015년 역대 최다승(15승)도 넘어설 기세다. 남은 12개 대회에서 3승을 추가하면 타이, 4승을 더하면 최다승 신기록을 달성한다.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